사회생활을 해오다가 문득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이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고민한 결과이기도 한데, 어릴 때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 경험을 살려보기로 했다.
우선 비싼 액정 타블렛 대신 펜 타블렛을 사서 적응하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세이브 원고 파일을 만들었다.
그러다 코로나 시절 회사를 나오게 되었는데, 시기도 시기였고 원고도 14화까지 저장해 둬서 큰 맘 먹고 도전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플랫폼은 왠지 독특해보였던 다음 웹툰리그를 선택해서 연재했고 네이버의 베스트도전에 해당하는 1부 리그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웹툰은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히 우주 왕국의 특사(타조 캐릭터)를 만나서 지구 대표로 인터뷰하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제목도 INTERVIEW로 했는데, 큰 주제는 유지하면서 들르는 행성마다 몇 화씩 독립된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이런 방식의 장점 중 하나는 에피소드마다 그림 스타일을 다르게 시도할 수 있는 데 있다. 처음에는 컬러가 어려워서 흑백 모노톤 중심으로 그렸다가 점점 색을 입히기도 했다.



15~22화의 행성은 낮과 밤의 세포로 분열해서 서로 대립한다는 설정이다. 전투를 앞두고 아군 세포들이 주인공을 무장시키는데, 21화 전체는 FPS 게임 같은 컷을 시도했다. 화면에 스테미너바, 미니맵, 무기 상황판 같은 요소가 계속 나오다 보니, 일부분을 바꿔 복사 붙여넣기하는 컷이 많았고, 그리는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렸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주인공 일행이 마왕을 처치하러 고대 숲에 발을 들인 이야기로 진행했다. 아군과 빌런 인물들 모두 고대 마법에 각성하는 설정이라 마법 이펙트를 많이 넣었고, 숲 배경도 꾸준히 그려야했지만, 작업 자체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안경은 계속 그리기 싫어서 아예 벗긴 다음에 색깔을 보는 설정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애초에 흑백으로 그렸고, 나중에 원고도 풀컬러가 되었다.

32화 마지막에서 주인공 일행은 버려진 사원을 발견하고 어딘가로 이동한다. 이 장면을 끝으로 웹툰 연재도 중단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악화였다.
원고는 스토리 구상부터 매화 80컷 정도 완성까지 일주일에 일주일 작업해도 늘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수면 시간을 하루 4~5시간으로 줄였는데, 저녁 8~9시에 잤다가 자정~새벽 1시에 일어나서 원고를 그려나갔다. 보통 하루에 14~15시간 작업했나 싶다.
이때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음식은 온라인 배송으로 대량 주문한 뒤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잠깐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에 한눈팔 때도 있었지만, 세이브 원고가 다 떨어지고 연재 기간도 격주에서 한 달, 자유 연재로 변경하면서 원고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밤을 새우지 않았는데도 1년 넘게 자는 시간을 줄이니 피로감이 상당했다. 이때는 깨어 있어도 정신이 멍했고, 영혼이 육체를 가출하려는 비슷한 체험도 한 것 같다.
그래서 32화 업로드를 끝으로 휴재 공지를 올렸는데, 몇 달 쉬면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다시 연재하려고 와보니 다음과 카카오 웹툰이 통합되면서 웹툰리그 페이지가 아예 없어져 버렸다. 그동안 올려 둔 원고가 모두 사라진 것도 당연했다.
물론 웹툰 원본 파일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때 느낀 허무함이 커서 추가 작업에 관한 의욕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5~6화만 그리면 완결이라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아예 손을 놓아 버렸다.
결론적으로 첫 작품 완결이든 새로운 작품이든 당장 웹툰을 만들 생각은 없다. 같은 인물과 배경을 여러 컷 반복해서 그리는 것이 소모적이고, 무엇보다 지금은 2D/3D 영상 제작에 관심이 생긴 이유에서다.
만약 언젠가 다시 만화를 그린다면 스크롤 방식의 웹툰 말고 페이지 만화를 그릴 생각이다. 그리고 이때는 작업 효율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 일부를 AI에 학습시키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연재할 플랫폼은 이 블로그로도 충분하다. 애초에 직접 만든 콘텐츠와 제작 관련 정보를 올리는 아트 블로그로 만든 목적이라서 다시 대형 플랫폼의 도전만화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