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웹툰 작가 지망생 최고의 등용문일까

한국에서 웹툰 플랫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네이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 서비스 시작 이후 점점 규모나 매출, 이용자 숫자 방면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1등 웹툰 플랫폼이 되었다.

플랫폼의 인지도가 높은 데다 인기 작품의 경우 작가에게 따라오는 수익도 높다 보니, 작가 지망생 중에 네이버 연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네이버에 정식 연재를 하는 건 마치 취준생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느낌과도 비슷하다고 할까. 다른 부분은 제껴두더라도 작가로서 네이버라는 네임 밸류는 확실하게 가져간다고 볼 수 있겠다.

정식으로 작품 연재를 하려면 크게 도전에서 베스트 도전 코너로 승급 후 정식 계약 하거나 아니면 네이버에서 매년 여는 지상최대공모전에 입상해서 계약하는 방법 등이 있다. 물론 도전자가 많다 보니 어지간한 그림과 스토리로는 계약이나 공모전 입상까지 가는 것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베스트 도전에 가보면 이미 수준 있는 작품도 상당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간혹 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아직 베스트 도전에만 있고 계약은 되지 않는 건지 궁금해 하는 독자도 있다. 그 이유라면 물론 만화의 그림체와 스토리의 재미라는 본질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현재 네이버 웹툰의 구조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는 것 같다.


네이버 웹툰

네이버 웹툰은 작품마다 정해진 연재 요일에 맞춰서 업로드하고 독자도 요일마다 좋아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페이지에 올라오는 작품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궁금해서 직접 화면 스크롤을 내리면서 세어 보니 글 작성일 기준으로 약 700편에 가까운 웹툰이 연재되고 있었다. (휴재 포함)

요일마다 작품의 순위를 매겨서 스크롤을 내려야 하는 이런 방식은 독자의 자율적인 웹툰 선택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터넷에 어떤 정보를 검색할 때 1페이지의 정보만 보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웹툰을 보려고 네이버에 들어왔을 때 굳이 바닥까지 스크롤을 내리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페이지 상위권에는 몇 년 째 자리를 지키는 장수 웹툰이 있는데 한 번 인기나 인지도를 얻으면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은 좀처럼 없다. 여기에 요즘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퀄리티 높은 <회귀자>나 <나 혼자..> 같은 시리즈도 많아지다 보니 사실상 개인 단위의 작가가 상위권까지 뚫고 올라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과 같다.

물론 플랫폼으로서는 좋은 작품을 발견했다면 계약하는 편이 비즈니스 측면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이미 700여편 가까이 되는 작품이 있다 보니, 무한정으로 작품 수를 늘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건 네이버도 돈을 벌어야 운영이 가능한 이유인데 연재를 시작한 작품의 유료 결제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적자나 다름없다. 그래서 연재 작품 선정에 더 신중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이 네이버 색깔에 맞는지 또는 매출을 부를만한 그림과 스토리, 연출인지도 볼 것이다)

베스트 도전 연재나 공모전 준비도 자칫하면 금방 몇 년이 가버릴 수 있다. 아무리 웹툰이 좋아서 열정으로 작업한다고 해도 현실 문제를 너무 소홀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 취업시장에서 대기업 말고도 일자리가 많은 것처럼, 반드시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2군 3군 웹툰 플랫폼이나 기타 공모전 역시 다양하니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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