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한 페이지는 스토리와 연출을 생각해서 컷을 나누고 캐릭터와 배경, 말풍선 등을 채워서 완성한다. 신문 만평이나 4컷 만화 정도를 제외한다면 수십 페이지가 이어지는 일도 흔한 일인데 페이지와 스크롤 방식 중 제작 방향에 따라 만화의 연출은 크게 달라진다.
먼저 페이지 만화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종이 만화책 방식을 뜻한다. 출판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다 보니 연출과 컷 구도 등도 효율적으로 구상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로 보통 한 페이지 안에는 컷을 여러 개 넣어야 하는데 중요한 장면은 펼친 2개 페이지를 통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지면이 제한되는 점은 작가에게 어느 정도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독자 입장에서는 스토리 파악이 쉬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페이지마다 컷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 2000대 이후 한국에서 스크롤 방식의 웹툰이 등장하면서 상당히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먼저 웹툰(Web+Cartoon)의 기반은 독자의 인터넷 접속에 있다. 초기 웹툰이라 할 수 있는 <마린블루스(정철연)>,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순정만화(강풀)> 같은 작품은 인터넷 업로드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페이지/4컷 만화 같은 형식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모바일 화면에 적합한 긴 스크롤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2010년대 이후 높아진 스마트폰 보급률과도 연관 있다고 본다. 세로 공간이 무한대로 길어지다 보니 더 이상 지면 문제나 출판 방식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만큼 컷 연출 방식도 이전보다 상당히 자유로워졌는데 그럼에도 연출 면에서는 여전히 페이지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낀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글쓴이가 전에 도전 연재를 진행했던 만화의 일부 장면을 첨부하였다. 만화의 컷 분할이나 흐름 등에 관해 스크롤과 페이지 만화의 방식을 비교해 보자.
스크롤과 페이지 방식의 차이


먼저 위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롤 방식의 웹툰이다. 블로그 글이라는 특성상 컷을 가깝게 배치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좀 더 여백이 넓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개별 컷 역시 요즘에는 훨씬 큰 사이즈가 많은데 모바일로 감상한다면 화면에 꽉 차는 1컷씩 보고 스크롤을 내린다고 보면 되겠다. (한번에 화면에 담기지 않는 매우 큰 컷도 많아졌다)
이런 세로 스크롤 구성의 장점이라면 작가는 공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내용을 무제한으로 길게 제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독자 역시 화면당 컷이 1개 나와서 모바일로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좋다. 하지만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면이 화면당 컷 1개에서 많아야 2개 정도라서 컷과 컷이 연결되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페이지로 제작할 때보다 전체 내용 파악에도 시간이 걸린다.
단적으로 예를 들면 화면에 커다란 말풍선 1개만 나오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당연히 웹툰이라서 가능한 연출이지만, 페이지 만화에서 그렇게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

이어서 페이지 방식도 살펴보면 위는 한 페이지에 가로 컷을 2개씩, 총 6개 컷을 붙여서 구성한 예시이다. 당연히 모바일로 이런 만화를 감상하려면 개별 컷과 말풍선이 너무 작아서 보기가 어려운 단점이 생긴다. 하지만 출판 만화책을 기준으로 보면 이보다 더 좋은 방식은 없을 것이다.
우선 한 페이지 안에는 여러 컷을 배치할 수 있고 특히 독자 시선의 흐름에 맞는 연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드래곤볼 오리지널>의 액션씬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컷과 컷이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독자의 만화 내용 이해도 쉬워진다. 다른 말로 하면 컷 프레임 연출로도 부르는데 아쉽게도 웹툰은 한 컷 한 컷 스크롤로 내리는 방식이다 보니, 컷과 컷이 연결되는 느낌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편 만화를 감상할 때의 피로감은 어떨까? 요즘 웹툰은 점점 컷이 커지면서 작화도 화려해지고 있다. 여기에 풀 채색이 기본인 작품도 많아서 확실히 비주얼 측면으로 볼거리가 많아진 것은 맞다. 반면 한 편당 70~80컷은 나오는 웹툰을 매번 세로 스크롤로 감상하려면 왠지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나마 PC가 낫고 모바일은 더 피곤한 느낌이다.
그 이유라면 일단 길어도 너무 길다. 화면당 컷 수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내용 연결에 공백이 존재한다고 할까. 더구나 컷 사이의 여백도 많아져서 작품 1편마다 스크롤을 왕창 내려야 할 때가 많다. 반대로 같은 내용을 페이지로 만든다면 한눈에 내용 파악이 쉬워서 상대적으로 피로감은 덜할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는 웹툰이 더 낫고 오히려 한 페이지 컷 구성이 많은 만화책은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웹툰은 특유의 편의성과 화려함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화의 연출이나 장면 구성, 내용 전달 측면에서는 여전히 페이지 만화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