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배경을 그릴 때 3D 에셋(소재, 소스)을 사용하는 작품이 많다. 아무래도 주간 마감을 하는 웹툰 업계 특성상, 현실감 있는 배경을 매번 손으로 그리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업 프로그램은 스케치업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선 원고에 필요한 배경 요소를 찾아야 한다. 이후 원고 컷에 맞게 사이즈나 각도를 조절해서 렌더링(이미지화)한 다음, 채색과 후보정 정도를 하고 마무리한다.

웹툰에 3D 에셋을 잘 적용하면 위에 첨부한 성(Castle) 이미지 같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만약 에셋을 사용하지 않고 100% 손으로 성을 그린다면 성벽과 창문, 첨탑, 장식에 쓰일 직선과 곡선을 엄청나게 그려야 한다. 그리고 건물 구조가 복잡해서 반드시 투시를 정확하게 잡아야 이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배경은 한 컷만 손으로 그린다고 해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여러 컷을 작업하는 건 어림도 없다. 대신 3D 에셋을 컷에 맞게 방향, 각도, 크기 등을 편집해서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그림의 일관성도 가져갈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에 드는 에셋은 그냥 막 사용해도 괜찮을까? 사실 위의 성은 디자인이 훌륭한 에셋이지만, 해외에서는 캐슬님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유명한 캐슬님

캐슬님 레딧 게시글
캐슬님(Castle-nim)은 ‘성(Castle)’에 한국어에서 존칭을 뜻하는 ‘님(Nim)’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2020년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의 한 유저가 위의 이미지를 포함한 게시물을 올렸는데 다름 아니라 서로 다른 한국 웹툰에 등장하는 같은 성 배경 이미지 모음이다.
레딧 원문을 참고하면 당시 성을 배경으로 사용한 작품만 17편은 된다. 이미 해외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 캐슬님으로 Meme화가 되어버렸는데, 나중에 같은 성을 사용하는 작품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캐슬님을 두고 한국 웹툰 제작 현실이 어떻다느니 무겁게 비판할 마음은 없다. 주간 마감 시간에 쫒기는 현실에서 배경 에셋 사용은 불가피한 이유에서다. 다만 캐슬님 에셋은 이렇게나 많은 작품에서 중복 사용될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독창성을 살리려면 똑같은 에셋을 쓰더라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법은 다름 아니라 에셋의 일부를 수정, 변형하는 것이다. 대폭 수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만, 여유가 되는 만큼 크기나 구조, 장식물 등을 수정하면 적어도 다른 작품과 겹치는 것은 피할 수 있다.
캐슬님을 예로 들면 첨탑을 조금 지우거나 높낮이 변경, 창문과 벽 장식/지붕 모양 등을 바꾸는 식이면 무난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