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연습할 때 다른 작품을 많이 따라 그리는 것이 좋을까

지금 그림과 만화를 그리는 사람 중에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나 화풍을 따라 그리다가 점점 자신만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발전시킨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즉 처음에는 좋아하는 캐릭터로 인체 비율이나 얼굴 그리는 법 등을 익히면서 조금씩 감각을 키운 다음, 자신만의 창작 실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무난한 방법이다.

그런데 다른 작품은 얼마나 따라 그리는 것이 좋을까? 사람마다 재능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처음 그림을 그리면 굉장히 어설픈 결과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림을 많이 그린 경험도 없고 아는 지식도 없는 것이 이유일 텐데, 그런 의미에서 초보 단계에서는 모작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본다.

사진으로 인체 비율과 동작 그리는 연습 방법

만약 마음이 내키면 사진 모델을 따라 그리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사진은 그림보다도 사실적이라서 그만큼 더 정확하게 인체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뭐, 이건 캐릭터의 모작이라기보다는 인체 그리는 연습에 가까운데 고급 실력자라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자신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게 된 시점부터는 단계별로 다른 캐릭터의 모작을 줄여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레퍼런스의 목적이라면 OK) 만화의 경우 캐릭터를 포함해서 작화 스타일이나 연출 방식 등 모두 포함될 수 있는데, 너무 좋다고 심취하면 결국 자신의 색깔을 살리기가 어려워진다.

아니, 자칫하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표절 작품을 만들게 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에게나 관성이 있어서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낄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평소 특정 캐릭터나 작품 스타일에 빠져 있다 보면 무언가 창작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평소 따라 그렸던 익숙한 그림과 스타일이 나오는 원리이다.

취미 활동 수준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웹툰이나 게임 관련 직업 활동이 목표라면 이 문제는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Night of the Gargoyles
가고일의 밤 모작

여담으로 글쓴이는 초등학생 시절 친구와 같이 드래곤볼 오리지널 만화책의 캐릭터를 따라 그리면서 그림을 시작했다. 당시 가장 멋있어 보인 초사이언 1단계 손오공을 줄곧 그렸고 자존심 센 베지터나 징그러운 피콜로, 악당 셀과 프리저는 그리지 않았다.

드래곤볼 말고도 다른 만화책의 캐릭터는 계속 따라 그렸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혼자 생각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다른 작화에 영향을 받는 것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것저것 마음대로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거의 마지막으로 모작한 그림이라면 위에 첨부한 <가고일의 밤(David Wiesner)> 그림책이 있다. 이 그림도 좀 오래되기는 했는데, 그림 스타일과 명암 표현이 좋아서 따라 그린 장면이 몇 장 된다. 이후에는 잡지 사진 모델을 그린 것을 제외하면 다른 작품은 거의 모작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이런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지금은 뭘 그려도 다른 작가의 스타일이 섞여서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그림 실력이 올랐다면 모작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낀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