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지브리 스타일 프로필 사진 유행에 관한 생각

스튜디오 지브리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외 다수의 인기 작품을 만든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이다. 일본 애니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다지 관심 없더라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한 달 전부터였나, 유튜브에 접속하면 요즘에 사람들이 챗 GPT로 자신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다음, SNS 프로필에 올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관련 통계를 참고하면 이렇게 생성된 지브리 풍 그림만 벌써 수 억 장은 된다는데 정말 유행은 유행이 맞는 것 같다.

지브리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런 유행에 대해 역겨운 행동이자 생명에 관한 모욕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브리는 100% 수작업으로 모든 작품을 만들고 있다. 당연히 등장 캐릭터부터 배경 요소까지 철저한 현실 인물과 배경 관찰을 바탕으로 무수한 고민을 거쳐 나온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AI가 상용화되고 난 뒤로 사람들이 명령어 한 줄만 입력하면 몇 초만에 지브리 스타일 그림이 완성되니, 원작자로서 불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AI 그림 생성은 원작자의 노고를 생각해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AI 그림은 금지해야 할까

지브리 스타일 그림

이번에 사람들이 AI로 만드는 지브리 스타일 그림은 일종의 온라인 밈(Meme) 성격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자신의 사진을 지브리 그림으로 바꾼 다음에 무슨 상업적인 판매나 수익 활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역겹다’는 반응에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지브리 작품이 좋아서 놀이 문화의 하나로 비슷한 그림을 만드는 건데 단순히 AI 사용이 문제라면 그럼 앞으로 이런 사진 변환 그림이나 팬아트는 100% 수작업으로만 그려야 괜찮다는 건가.

AI를 활용하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지브리 스타일 그림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지브리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데 결국 지브리 홍보에도 도움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도 사람들의 AI 사용을 지금보다는 관대하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AI 회사는 원작자인 지브리와의 협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심슨이든 디즈니든 어떤 원작자라도) AI가 상용화되더라도 창작자의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미지 생성을 원하지 않는 창작자가 있다면 이런 의사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지브리 프로필 사진 생성이 유행하면서 Chat GPT를 제공하는 Open AI는 단기간에 엄청난 수의 신규 회원을 모았다고 한다. 관련 뉴스를 보니 이미지 생성 요청이 많아서 자사의 그래픽 카드가 녹는다는 소리를 하고 있던데 어쨌거나 회원들에게 월정액을 받는 것은 맞지 않나.

그렇다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이미지 생성을 허용해서 비즈니스를 하는 셈인데 창작자에게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브리 풍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수익 활동을 하는 사람 역시 대가 지불은 필요하다고 본다. (지브리가 동의했다는 가정이지만)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아직 ‘그림 스타일’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것 같다. AI로 양산한 지브리 그림이 많아진 현상도 이해가 되는 부분인데, 그렇다면 AI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 그리고 작품 창작자는 우선 ‘법적인 관점’이 아닌 ‘도의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느낀다. (미야자키 감독님도 화날 만 하다. AI 사용 동의는 물론이고 그림 사용에 따른 대가도 없었다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만 좋은 게 아니라 창작자도 같이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지브리 프로필 유행 현상을 계기로 어떤 기준이 생긴다면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생겨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 문제는 앞으로의 AI 상용화나 발전 방향과도 연관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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