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동화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이유

만화, 웹툰을 그리기로 마음 먹기 전에는 줄곧 일러스트에만 빠져 있었다. 어쩐지 길게 그려야 하는 만화보다는 한 장으로 모든 내용을 설명하는 일러스트에 매력을 느꼈다고 할까. 고등학생 시절까지는 게임 일러스트가 좋아서 자작으로 캐릭터나 몬스터 디자인도 많이 했는데, 군대 전역할 때였나 우연히 어떤 그림을 보고 강한 임팩트를 받게 되었다.

아이들의 놀이 (Children’s Game)

그림은 16세기 네덜란드 화가인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hel)의 고전 미술 작품이었다. 글쓴이는 당시에도 지금도 서양 미술사와 작품에 관한 조예는 깊지 않지만, 피터르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인상 깊어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한 것 같다.

위에 첨부한 <아이들의 놀이>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월리를 찾아라>처럼 한 장의 그림 안에 수많은 인물과 상황이 담겨 있다. 그림 속 아이들을 잘 보면 죽마 타기, 굴렁쇠 굴리기, 공기 놀이 등 약 80여 개의 당대 아이들 놀이를 묘사했다고 한다.

피터르의 다른 그림들도 비슷한 식으로 여러 상황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작품이 많은데, 일러스트가 단순한 캐릭터 컨셉 디자인을 넘어 다양한 이야기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느낌이었다.

이후에는 외국 그림책을 처음 접했는데 그림 스타일이나 이야기 전달 면에서 동화 일러스트에도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그림책 작가 정보를 추가하였다.

Rackham’s Fairy Tale Illustrations

먼저 아서 래컴(Arthur Rackham)은 영국의 고전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사실적이고 몽환적인 그림체와 색채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한여름 밤의 꿈(1908)>, <그림 형제 동화집(1900)>, <크리스마스 캐럴(1915)> 등이 있다.

아서 래컴 모작

아서 래컴의 그림은 사실적인 데다 드래곤, 마녀, 요정 같은 동화 속 존재가 등장해서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림체 자체도 좋았는데 상황 표현의 묘사도 재미있어서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인물, 사물, 배경 등 다양한 볼 거리로 구성된 그림 스타일을 선호한다.


おしろいとスカート
In Powder and Crinolin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덴마크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카이 닐센(Kay Nielsen)은 동화나 전설을 소재로 섬세한 그림을 표현하였다. 그의 그림은 아르누보(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한 ‘새로운 예술’)와 일본 목판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이 가늘면서도 디테일한 묘사가 있는 그림 스타일이 특징이다.

대표작으로는 <파우더와 크리놀린(1913)>,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1914)>, <헨젤과 그레텔(1925)>등이 있다.

카이 닐센의 그림체나 인물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좋아하는 순정 만화의 느낌도 든다. 인체 등신 비율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마음에 들어서 책을 구매하였다.


가고일의 밤 모작 1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는 미국 출신의 작가로 특유의 사실적인 그림과 뛰어난 상상력을 더한 그림책을 다수 발표하였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작품성을 인정 받아 미국 그림책 문학상인 칼데콧을 3번 수상했을 정도인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과 이야기 서사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작은 <화요일(1991)>, <가고일의 밤(1994)>, <시간 상자(2006)>, <Fish Girl(2017)> 외 다수 있다.

가고일의 밤 모작 2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림 묘사에만 끌려서 따라 그리기도 했지만, 점점 그림과 어울리는 상상의 이야기 표현이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몇 권의 그림책을 구매하였다.

결론적으로 매력적인 그림과 뛰어난 이야기 요소로 구성된 그림책을 좋아한다. 다만 지금은 만화를 그리는 것이 목표인데 나중에 마음이 생기면 그림책과 동화 일러스트에 도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에 일러스트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그림을 올려도 되겠다)

그림책과 만화는 다른 분야이기는 해도 등장 인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은 같다. 평소 글쓴이는 그림도 그렇지만 특히 스토리 구상과 진행이 약해서 평소 이야기 구성 안목을 넓혀야 나중에 제대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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